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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기 창업 트렌드] (4) 근린궁핍화에 대비하라…서비스 상품 제공 등 고객 감동 전략 구사를
기사입력 2017.02.13 15: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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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는 고속터미널역에 무려 500평대 대형 매장을 열었다(위). 편의점도 30평 이상 대형 편의점 출점이 늘고 있다.



2016년은 국내 편의점 업계에 여러 기록을 남긴 해였다. CU와 GS25가 연이어 1만호점을 달성했고 전체 편의점 수는 3만개를 돌파했다. 마냥 축하할 만한 일은 아니다. 편의점 전체 시장 포화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우려가 적잖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편의점 1곳당 배후인구는 1995년 2만8380명에서 2005년 5420명, 2015년 1777명으로 급감했다. 이런 추세라면 2016년에는 1520명 안팎까지 떨어졌을 것으로 추산된다. ‘편의점 선진국’인 일본과 비교하면 포화 여부는 더 분명해진다. 한국과 일본의 편의점 수는 3만3000여개, 5만7000여개다(2016년 9월 말 기준). 일본 인구가 한국의 2.5배임을 감안하면 한국이 일본보다 편의점이 45%나 더 많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의 편의점 포화도가 훨씬 심각한 셈이다. 미니스톱도 본국인 일본(2242개, 2016년 8월 기준)보다 한국(2303개)에서 더 많은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송곳 하나 꽂을 곳 없이 포화된 편의점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근 업계에선 ‘매장 대형화’ 전략을 펴고 있다. 미니스톱이 대표적인 예다. 미니스톱은 2016년 말부터 신규 가맹점을 30평 규모로만 열기로 방침을 정했다. 기존 편의점의 2배에 달하는 크기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의 ‘편의점 면적별 구성비’ 자료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은 15평 이하가 30.2%로 가장 많다(2015년 기준). 16~20평(24.8%)까지 더하면 20평 이하 소형 편의점이 전체의 55%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편의점은 더 다양한 상품 구색과 쾌적한 쇼핑 환경으로 인근 편의점의 수요를 잠식할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포화된 시장에서 주변 수요를 흡수해 살아남는, 이른바 ‘근린궁핍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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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점 효과 놓친 후발주자들

대형 매장으로 기존 수요 뺏어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뽑는 시대

심관섭 미니스톱 대표는 “20평 이하 소형 편의점은 구멍가게나 다름없다. 매출의 절반이 담배일 만큼 상품 경쟁력이 없다. 이런 곳은 바로 옆에 대형 편의점이 생기면 금세 도태된다”며 “대만도 편의점이 보통 30평, 일본은 40~50평에 달한다. 결국 국내 편의점들도 생존을 위해 매장 대형화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을 13개 운영하는 한 다점포 점주도 지난해 일부 편의점 확장 공사를 단행했다. 그는 “편의점 포화도가 높아지면서 점포당 매출이 줄어드는 추세다. 이를 타개하려면 매장 대형화를 통한 차별화가 필수”라고 전했다.

편의점뿐 아니다. 치킨, 생활용품, 도시락 전문점, 프리미엄 독서실, 뽑기방 등 포화도가 높은 다른 업종에서도 대형 매장 전략은 유효하다.

치킨집은 8~10평 안팎 배달전문 점포가 하도 많아지자 배달과 홀 영업을 병행하는 20~40평대 카페형 매장을 번화가나 오피스 상권 위주로 내고 있다. 프리미엄 독서실도 토즈스터디센터는 65평이 기준 면적이지만, 그린램프라이브러리 등 후발 브랜드들은 최소 80~100평 이상으로 출점하는 추세다. 브랜드 간 서비스 경쟁을 하려면 시청각실, 탕비실 같은 공용 공간을 계속 늘려야 돼 점점 더 큰 면적이 필요해진 탓이다. 지난해부터 인기가 급상승한 뽑기방도 마찬가지다. 한 골목에 3~4개씩 들어차니 소비자 눈에 띄기 위해 점점 더 큰 매장으로 오픈하고 있다.

그간 가맹점 평균 면적이 70평 안팎에 불과했던 다이소도 최근 고속터미널역에 약 500평 규모의 초대형 단층 매장을 내며 대형화에 나섰다. 다이소는 이제 직영점은 300평, 가맹점은 100평 이상으로만 출점한다는 계획이다. 다이소 관계자는 “일본 다이소는 평균 매장 면적이 약 250평(직영·가맹점 포함 기준)으로 한국 다이소(약 130평)의 2배에 달한다. 이에 한국 다이소도 매장 대형화를 꾸준히 추진하는 중”이라며 “원래 40평 규모였던 한 가맹점은 옆 건물의 160평짜리 지층 매장이 매물로 나오자 확장 이전한 뒤 현재 가맹점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매장 대형화에 동참하려면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리브랜딩을 하면서 가맹점 기준 면적을 20평에서 25평으로 키운 뚜레쥬르. 그만큼 창업 비용도 늘어났다. 인테리어비가 33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장비·기자재 구입비는 72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급등했다. 여기에 5평 커진 매장의 보증금과 권리금 증가분까지 더하면 뚜레쥬르 창업 비용은 기존보다 1억원 이상 비싸졌다(서울 기준). 편의점과 치킨집, 다이소, 프리미엄 독서실도 대형(카페형) 매장은 중소형(배달 전문형)보다 창업 비용이 2~3배 이상 든다. 영세한 생계형 점주는 배제되고 자본력이 있는 투자형 점주만 ‘대형 매장’이란 링에 오를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형 매장이 들어서면서 그만큼 신규 수요가 창출된다면 인근 중소형 매장도 부담이 덜하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가령 15평 편의점 옆에 30평 편의점이 새로 생긴다 해서 도시락 1번 먹을 걸 2번 먹을 리 없다. 담배 1갑 사던 소비자가 2갑 살 리도 만무하다. 물론 기존 15평 외 더 커진 공간에 새로운 상품이 채워진다면 딱 그만큼은 신규 수요가 창출될 수 있다. 가령 미니스톱의 즉석 패스트푸드는 다른 편의점에는 없으니 추가 구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즉석 패스트푸드를 제외한 나머지 공산품은 대부분 기존 편의점과 중복된다.

그렇다면 결국 후발주자인 대형 편의점은 처음부터 기존 편의점 수요를 뺏어오겠다는 계산으로 들어가는 꼴이다. 이런 상황에선 상권에 먼저 진출해서 얻는 ‘선점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2000년대 중후반 기업형 슈퍼마켓 SSM(Super SuperMarket)이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일으킨 것처럼, 자본을 앞세워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뽑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해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중소형 매장이 대형 매장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서비스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령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 등 이벤트가 있을 때 본사에서 납품하는 초콜릿 외에는 팔기 힘들지만, 초콜릿을 보기 좋게 포장해서 파는 건 점주의 재량이다. 한 편의점 점주는 “빼빼로는 1년 매출의 절반이 빼빼로데이 전후에 발생할 정도로 대목이다. 이때 남대문 시장에서 예쁜 포장지를 사서 정성스럽게 꾸며 진열해두면 가격을 더 받아도 불티나게 팔린다. 같은 상품이라도 고객이 더 사고 싶게 진열·포장해 경쟁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달로 유효 상권을 넓히거나 작은 친절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도 방법이다. 임채영 커피식스쥬스식스 여의도점 점주는 배달 매출만으로 하루 최대 50만원가량 올린다. 인근 사무실이나 병원에서 회의를 시작하기 전 적게는 4잔에서 많게는 40잔 이상 배달이 들어오는 덕분이다. 그는 “배달할 때 주스와 함께 젤리나 쿠키 같은 간식도 붙여주면 고객이 감동해서 재구매율이 높아진다”고 노하우를 전했다.

대형 매장이 인근에 출점할 것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폐업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도 있다. 일본 100엔숍 업계 하위 브랜드인 ‘실크’가 대표적인 예다. 실크는 업계 1위인 데다 매장이 3배 이상 큰 다이소가 인근에 출점하면 최대한 빨리 폐업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이른바 ‘쉽고 빠른 폐업’ 전략을 구사한다.
이를 위해 창업할 때부터 건물주와 협상해서 점포 임대차 기간을 짧게 계약하고, 인테리어나 장비 투자도 최소화한다. 실제 도쿄 신주쿠 번화가 한복판에 있는 실크 매장은 10년 이상 쓴 듯한 낡은 에어컨과 선풍기로 냉방을 하고, 여기저기 정돈되지 않은 전기선이 튀어나와 있었다. 대신 실크는 200엔 이상 상품도 많은 다이소와 달리 모든 상품을 100엔에 파는 ‘초저가’ 전략으로 차별화했다. 이처럼 가격 차별화와 쉬운 폐업 전략으로 실크는 매년 100개 점포 출점, 50개 점포 폐업을 반복하며 성장하고 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95호 (2017.02.15~02.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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