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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기 창업 트렌드] (8) 상권 변화를 주시하라-로드숍 지고 공항·지하철·복합쇼핑몰 뜬다
기사입력 2017.03.20 14:13:55 | 최종수정 2017.03.20 17:2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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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비용 중 가장 비싼 건 점포 비용(보증금과 권리금)이다. 그중 권리금은 가게의 활성화 정도나 상권 내 위치, 즉 ‘목’이 얼마나 좋은가에 대한 급부다.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불안정성에도 때때로 보증금의 몇 배나 될 정도로 치솟는다. 특히 역세권이나 명동, 홍대 등 대형 상권은 5평대 작은 가게도 권리금이 억대를 호가한다.
유동인구가 많고 목 좋은 곳에 들어가야 장사도 잘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이런 인식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영원할 것만 같던 상권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기 상권이 시시각각 변하는가 하면 대체로 로드숍(길거리 상점)이 부진하고 복합쇼핑몰과 지하철 상권, 또 무명의 골목길 상권이 새롭게 떠오르는 모양새다. 그뿐인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사드 보복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이들을 주 고객으로 삼던 명동은 물론 홍대, 가로수길 등도 타격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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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핀과 브레댄코는 유동인구가 일정하고 날씨 영향이 적은 지하철역을 전략 상권으로 삼고 출점을 진행 중이다. 로드숍 상권은 사드 보복으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급감, 복합쇼핑몰 수요 잠식 등의 영향으로 활기가 예전 같지 않다. <매경DB>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로드숍이 아닌, 특수상권 위주 출점을 늘리는 분위기다.

아딸이 대표적인 예다. 그간 아딸의 전략 상권은 주거지역이나 버스,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 초입 횡단보도 앞 코너 등이었다. 떡볶이나 튀김은 대개 즉흥적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고 거주자 이동 동선에 따른 반복 구매가 높은 매출로 이어지는 특성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전략을 바꿨다. 백화점, 병원 등 대형 특수상권에만 50개 이상 가맹점을 새로 냈다. 이준수 아딸 대표는 “로드숍 중심으로 성장한 브랜드는 가맹점 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창업 시장의 핵심 상권이 기존 로드숍 중심에서 다양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아딸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특수상권에 새로 진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하철역 상권도 인기다. 눈, 비, 더위, 추위 등 악천후에 구애받지 않는 데다 유동인구가 일정해 임대료 상승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상권 이동 현상) 걱정도 없는 장점 덕분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서울 지하철의 일평균 이용객 수는 512만명. 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최소 수만 명의 잠재 고객군을 확보할 수 있다. 상권 보호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지하철역은 역내에 입점하는 상가 개수를 업종별로 할당한다. 가령 식음 매장 3개, 옷가게 2개, 편의점 1개로 정해놓고, 이들이 역 안에서 배타적 상권을 확보할 수 있게 보장한다. 바로 옆에 경쟁 편의점이 들어서도 하소연조차 못 하는 로드숍 상권과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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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딸, 특수상권에 50개점 이상 출점

위드미, 공항철도에 12개점 단독입점

복합쇼핑몰 블랙홀 효과로 로드숍 위축

이런 장점을 주시한 마노핀과 브레댄코는 아예 지하철역을 전략 상권으로 삼았다. 테이크아웃(포장) 커피전문점 마노핀은 전체 55개 매장 가운데 41개가 지하철 역사 매장일 정도로 지하철 상권 공략에 적극적이다(지난해 말 기준). 마노핀의 지하철 매장은 2013년 29개에서 이후 35개→37개→41개로 매년 증가했다. 상권 입지를 최대한 활용해 출퇴근길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베이커리+음료’ 세트 메뉴 전략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평가다. 브레댄코는 전체 65개 매장 중 25개가 지하철 매장으로 운영 중이다(지난해 말 기준). 조민수 브레댄코 총괄이사는 “로드숍보다 지하철 매장의 매출과 수익성이 더 좋은 편이다. 일평균 승하차자가 2만명 정도면 일 매출 100만원 정도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위드미도 지난 2월 공항철도 내 12개 매장 단독입점 계약을 체결했다. 김성영 이마트위드미 대표는 “공항철도는 지난해 누계 이용객 수 3억명을 돌파했으며, 연간으로 환산하면 3000만명 이상의 내외국인이 이용하는 황금상권”이라며 “이번 공항철도 역사 내 12개 매장 오픈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보다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저가주스전문점도 최근 지하철 상권 위주로 출점을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주스는 추운 겨울이 비수기인데 따뜻한 실내에선 비수기 영향을 덜 받는다는 판단에서다. 쥬스식스 관계자는 “지난해 늦가을부터 점점 추워지는 날씨를 피해 지하철 매장으로 내려가는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강남역, 왕십리역 등에 매장을 입점시키며 지하철 상권을 공략 중이다. ‘지하철 상권 공략 창업설명회’에는 평소보다 3배 많은 예비창업자가 모여 높은 관심을 체감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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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오픈한 스타필드하남. 복합쇼핑몰은 인근 로드숍 상권의 수요를 뺏어가는 블랙홀이다.

아예 상권 영향을 거의 안 받는 곳도 늘고 있다. 상권이 안 좋더라도 맛집으로 소문만 나면 고객이 찾아오는 ‘맛집 원정대’가 늘어난 덕분이다. 일찍이 미쉐린가이드는 별 2~3개 식당에 대해 ‘요리를 맛보기 위해 멀리 찾아가거나 여행을 떠날 만하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모바일과 SNS, 지도 앱, 먹방 등이 활성화되며 이런 경향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O2O 시대에 미식 문화가 더해지며 나타나는 트렌드다.

업계에선 향후 로드숍 상권이 점점 더 위축될 것으로 우려한다. 무엇보다 초대형 광역 상권을 자랑하는 복합쇼핑몰이 계속 생겨나 로드숍 상권 수요를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복합쇼핑몰은 소비자가 한번 들어가면 평균 4~5시간 동안 그 안에서만 소비를 하는 폐쇄적 구조여서 쇼핑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실제 잠실 롯데월드몰이 문을 연 지난 2014년 말 이후 잠실역 이용객 수는 기존 2만명 안팎에서 2015년 2만4800명, 지난해 상반기 2만7300명으로 껑충 뛰었다. 잠실역 2호선 이용객 수도 2015년 1월 15만4000명에서 12월 17만5400명으로 1년 만에 2만명 이상 증가했다(서울메트로 자료). 반면 같은 기간 잠실역 인근 천호역의 일평균 이용객 수는 2013년 4만3400명에서 2015년 4만1200명, 지난해 상반기 4만300명으로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석촌, 송파, 가락시장역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상황은 비슷하다. 스타필드하남도 마찬가지다. 신세계가 밝힌 스타필드하남의 상권은 반경 20㎞ 내. 서울 강남구, 동대문구, 성동구, 중랑구, 남양주시까지 포함된다. 이 지역 내 거주 인구는 430만명에 달한다. 서울의 약 3분의 1이 스타필드하남의 상권에 포함된다는 얘기다. 이 지역 로드숍 상권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복합쇼핑몰이 생겨날수록 로드숍 상권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유동인구가 많은 길목에서 상권이 자생적으로 형성됐다면 요즘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조 단위로 투자해서 특정 지역에 대형 특수상권을 인위적으로 만들어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는 “지난해에는 경쟁이 심한 중심 상권보다 골목상권에서 품질과 인테리어 디자인의 수준을 높인 업종이 선전했다. 불황과 김영란법으로 이런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상권도 부침이 있는 만큼 업종과 시너지를 내는 상권이 어디인지 늘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불황기 창업 트렌드’ 시리즈는 이번 호로 마칩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00호 (2017.03.22~03.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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