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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11) ‘한국형 저가숍’의 선구자 다이소 | “뭐든 다 있소” 불황기 가성비 전략 주효
기사입력 2017.04.17 09:49:04 | 최종수정 2017.04.18 17:4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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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복합쇼핑몰.

국내 주요 오프라인 쇼핑 업태들이다. 이들은 모두 해외에서 들여온, ‘검증된’ 유통 플랫폼 모델이다. 해외에서 성공한 만큼 국내에서도 잘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에 유수의 대기업들이 뛰어들었다.

‘저가숍’은 달랐다.
다이소의 전신인 아성산업 설립 당시인 1990년대 초반, 일본에서 100엔숍이 성행하긴 했지만 국내에선 비관적 전망이 대세였다. 저가숍은 가격이 고정된 탓에, 적정 마진을 남기면서 상품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우려에서다. 일본처럼 불황을 겪던 시절도 아니어서 ‘가성비’에 대한 소비자 니즈도 적었다. 편의점 시장 초기 20여개 업체가 난립하며 과열 경쟁을 벌일 때도 저가숍 시장에 뛰어든 대기업은 없었다. 다이소가 지금도 이렇다 할 경쟁 브랜드가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저가숍을 ‘무주공산’이었다고 말하는 건 옳지 않다. 모두가 생각지 못한 ‘블루오션’이 아니라, 모두가 ‘레드오션’이라 생각해 외면한 시장에 더 가까웠다.

다이소가 지난해 거둔 매출은 1조5600억원. 같은 기간 카카오(1조4642억원)보다도 높다. 연평균 매출 성장률도 20%가 넘어 빠르면 내년 2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목표로 했던 2020년보다 2년 앞당기는 셈이다.

다이소는 어떻게 모두가 안 된다던 저가숍 시장에서 살아남았을까. ‘필요한 것은 다 있소’(상품의 다양성), ‘원하는 가격에 다 있소’(가격 경쟁력), ‘어디든지 다 있소’(편리한 접근성) 등 다이소의 3가지 모토가 성공 비결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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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는 연평균 매출 성장률 20%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사진은 다이소 매장 내부 모습.

▶필요한 것은 다 있소

▷35개국서 협력사 통해 12단계 상품 개발

다이소는 ‘다 있소’와 비슷한 이름처럼 온갖 생활용품을 판다. 주방·미용·인테리어·문구 등 총 20여개 카테고리의 총 3만2000여가지 상품을 취급한다.

편의점도 다이소처럼 생활용품을 팔지만 다양성과 가격 경쟁력에서 비교가 안 된다. 20평 규모 중소 편의점의 SKU(Stock Keeping Unit·상품 가짓수)는 보통 1500여개, 30평 대형 편의점도 2000개 정도에 그친다. 반면 평균 140평인 다이소의 SKU는 2만개에 달한다. ‘필요한 게 있으면 다이소에 가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SKU를 늘리려 아무거나 막 갖다 파는 것도 아니다. 다이소는 그저 싸게 납품할 수 있는 협력사를 찾아 제품을 공급받는 데 그치지 않고, 협력사에 제품의 업그레이드를 주문한다. 관계사를 통해 생산만 위탁하는 OEM 방식과, 협력사에 개선안을 선(先)제안하고 협력사가 이를 취사선택하는 상생협력 방식을 병행한다.

특히 다이소는 관계사를 통해 제품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인다. ‘싼 게 비지떡’이란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다. 싸구려로 보이지 않고 매력적인 디자인을 입히기 위해 다이소는 무려 12단계의 개발 과정을 거친다. 국내외 소비 트렌드 분석, 디자인 기획과 콘셉트 도출, 상품 카테고리 구성, 시리즈 디자인 개발, 1차 품평회, 상품·디자인 보완, 패키지 디자인 진행, 디자인 발주, 샘플 견본 보완·수정, 최종 품평회, 홍보 이미지·영상 제작, 시리즈 디자인 출시 등이다.

‘리필용 극세사 걸레’는 다이소의 상품 개발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기존 극세사 걸레는 투명한 포장에 담겨 있어 제품의 재질이나 성능을 직접 확인하기 힘들었다. 다이소는 제품의 70%만 포장하는 오픈형 디자인을 개발, 제품을 고객이 직접 만져보고 구입할 수 있게 했다. 작은 차이였지만 이후 이 제품 판매는 기존 월평균 2만여개에서 디자인 변경 후 5만여개로 2배이상 증가했다.

물론 3만개 넘는 상품을 다이소가 다 개발하긴 힘들다. 그래서 채택한 전략이 협력사 다변화다. 다이소의 거래선은 전 세계 35개국 3600여개 업체에 달한다. 인건비와 원자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곳이면 세계 어디든 직접 찾아가 거래를 성사시킨다. 수많은 거래선은 다이소가 매달 600여가지의 신상품을 기획·공급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해외 거래선이 많긴 하지만 매출 기준으로 보면 국내 제품 비중이 70%를 넘는다. 물론 마진을 생각하면 중국이나 동남아산을 쓰는 게 맞다. 그러나 다이소는 제품 품질을 최우선으로 두고 국내 우수 중소기업 발굴에 힘썼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국내산의 약점은 제품 대량 주문과 100% 현금 결제로 극복했다.

다이소가 상품력을 얼마나 강조하는지 보여주는 일화 하나. 다이소 상품개발팀은 해당 제품이 과연 시장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거리로 나갔다. 한 손에는 제품을, 다른 한 손에는 1000원짜리 지폐를 들고 행인들에게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하겠는지 물었다. 행인이 1000원을 선택하면 제품의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보고 다시 개발했다. 행인이 1000원 대신 제품을 선택할 때까지.

이처럼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좋은 덕분에 다이소는 고객 1회 방문 시 평균 5.5개 상품을 사간다. 객단가는 6500원. 국내 편의점 객단가(약 5000원)보다 30%나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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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가격에 다 있소

▷5개 사도 5000원…‘탕진잼의 聖地’

다이소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저렴한 가격. 제품이 싸면 500원, 비싸도 5000원에 불과하다. 3만2000여개 제품 전체의 51%(약 1만6000개)는 1000원, 31%(약 1000개)는 2000원짜리다. 특히 면봉, 종이컵, 물병, 주방장갑 등 생활필수품 100여개 상품은 10년 넘게 1000원 가격을 고수하고 있다. ‘탕진잼(소소한 낭비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소비 행태)’을 추구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 다이소가 인기를 얻은 배경이다.

다이소는 어떻게 이토록 싼 가격에 팔 수 있을까. 대량 주문하는 ‘규모의 경제’와 함께 스마트 물류 시스템이 꼽힌다.

다이소는 현재 남사, 양산, 기흥 등에 3개 물류센터를 운영한다. 그중 남사면에 위치한 ‘다이소 허브센터’는 3만2000여평 규모(지상 7층, 지하 2층, 연면적 10만5456㎡, 대지면적 5만8611㎡)의 국내 최대 자동화 물류센터다. 상품 입고에서부터 출고까지 모든 과정이 전자동으로 관리돼 하루 3만여종의 상품을 거의 무인(無人)으로 처리한다. 그래도 주문이 쏟아지자 다이소는 2018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남사물류허브센터의 1.65배 규모의 ‘부산허브센터’ 조성에 나섰다. 향후 공급 물량 증가에 대비한 선제적 투자다.

협력사 간 경쟁을 통한 원가 절감도 한몫했다. 일례로 한 중소기업 사장은 한때 다이소에 세탁볼, 아크릴 수세미 등 5가지 제품을 납품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더 납품가가 저렴한 업체가 나타나면 이내 물량을 뺏겼다. 물량을 지키려면 ‘납품가 500원 이하’라는 다이소 기준에 맞춰야 했고, 이를 위해 그는 ‘포장지 테이프 붙이는 기계’를 개발하기에 이른다. 인건비를 낮추려면 공정을 하나라도 줄여야 했기 때문. 다이소의 가격 경쟁력에 혀를 내두른 그는 결국 다이소 협력사 사장에서 다이소를 4개 운영하는 다점포 점주로 변신했다. 공급자(협력사) 입장에선 까다롭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다이소 가격이 그만큼 매력적이란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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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지 다 있소

▷다점포로 접근성↑…온라인화 영향 ‘無’

1160개.

올 3월 기준 다이소의 전국 점포 수다. 전국 백화점(약 100개), 대형마트(약 500개), 복합쇼핑몰(약 10개)을 다 합친 것보다도 2배가량 많다. 다이소 매장 증가세는 최근 더 가팔라졌다. 지난 6년간(2010~2016년) 연평균 매장 증가율이 20%에 이른다. 눈여겨볼 점은 다이소 매장 대부분이 직영점이란 것. 최근 가맹점 출점이 늘어 직영점 비율이 60%대로 낮아졌지만, 사업 초기에는 직영점이 90% 이상에 달했다.

여기에는 박정부 다이소아성산업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사실 본사 입장에선 가맹점 위주로 출점하는 게 리스크를 낮추고 이익률을 높이는 길이다. 점포 투자, 인건비 등 본사의 재무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 그러나 가맹점 체제는 가성비가 핵심인 다이소 전략에 맞지 않았다. 가성비를 높이려면 판매망을 확대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하지만 개인 점주는 본사보다 투자 여력이 적어 점포를 크게 내지 못한다. 또 가맹점의 상권을 보호해줘야 하는 프랜차이즈 특성상 출점 가능 상권도 제한된다. 즉 사업 초기부터 가성비를 최우선으로 둔 박 회장의 경영철학이 재무 리스크나 낮은 이익률을 감수하며 직영점 위주 출점을 하게 한 것이다.

다점포 전략은 가성비 외에도 다이소의 접근성 제고 효과로 이어졌다. 덕분에 다이소는 최근 유통업계가 온라인·모바일 쇼핑에 고객을 뺏기는 불안감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다. 고객이 걸어서 방문할 수 있을 만큼 다이소 매장이 시내 곳곳에 위치해 있어 라스트 마일(상품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유통경로) 단축을 위해 온라인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편의점이 모바일 쇼핑 시대에도 급성장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실제 다이소의 온라인 쇼핑몰인 ‘다이소몰’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3%도 채 안 된다. 다점포를 통한 근거리 쇼핑 플랫폼화는 향후 다이소에 픽업 시스템 제휴 등 다양한 ‘거점 비즈니스’의 기회를 추가로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뷰 | 박진용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 다이소, 미국 달러트리보다 가성비 뛰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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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해외 저가숍 브랜드와 비교할 때 다이소의 핵심 경쟁력은.

A 저가숍은 해외에도 많다. 일본의 다이소와 돈키호테, 미국의 달러트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보다 한국 다이소가 더 경쟁력 있는 건 상품력과 고객 경험이다. 해외 저가숍은 저렴한 상품을 ‘소싱’하는 데 그칠 뿐, 유통 본사의 개발 과정이 결여돼 있다. 때문에 ‘싼 게 비지떡’인 경우가 많다. 상품 진열도 대충 흩트려놔 쇼핑하기에 불편하다.

반면 다이소는 가성비 좋은 제품을 본사가 개발한다. 또 쾌적한 점포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매대 높이를 낮추고 상품도 꽉 채워놓지 않는다. 이익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고객들한테 좋은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다이소는 ‘한국형 저가숍’이란 새로운 업태를 개발했다고 볼 수 있다. 유통 그룹도, 대기업도 아닌 회사가 맨땅에서 일궈낸 성공 사례란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Q 생활용품을 파는 다이소가 편의점, 드러그스토어와 사업 영역이 겹치지 않나.

A 일부 품목은 겹칠 수밖에 없다. 미국 드러그스토어도 24시간 영업하고 생필품은 물론, 주류도 팔아 ‘큰 편의점’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단 핵심 콘셉트는 서로 다르다. 다이소는 가성비 높은 생필품이 중심이다. 드러그스토어는 헬스&뷰티, 편의점은 생필품과 다양한 생활 서비스로 특화돼 있다. 각자 강점이 있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Q 향후 다이소가 더 성장하려면.

A 우선 고객의 쇼핑 쾌적성을 담보하기 위해 매장 대형화 전략을 펴는 건 바람직해 보인다. 단 지속적인 추가 출점을 위해선 보다 작은 매장 타입도 개발해 투트랙 전략을 펼 필요가 있다.
매장은 작지만 고객한테 꼭 필요한 베스트셀러 생필품만 모아 파는 형태로 틈새상권을 공략해볼 만하다. 말하자면 ‘다이소 익스프레스’ ‘다이소 에어’ 버전이다.

해외 진출도 추진 중인데, 한국에서 성공한 노하우가 해외에서도 먹힌다는 보장은 없다. 이미 중국에선 현지 브랜드가 상당히 성장해 있는 만큼, 새로운 다이소를 만든다 생각하고 현지화를 철저히 해야 한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김기진 기자 kjkim@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03호 (2017.04.11~04.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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