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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IC] 일본 최저임금제, 한국이 배울 점은 획일적 인상 대신 지역·업종·연령별 차등화
기사입력 2017.10.10 09:35:44 | 최종수정 2017.10.10 10: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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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업종별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급격하게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2019년 최저임금 결정에는 소상공인 업종 차등화 방안을 마련하라.” (소상공인연합회)

“현행 단일 최저임금 결정 방식은 기업의 지불 능력, 근로조건, 생산성 등의 차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개별 업종의 상이한 경영 환경을 고려해 사업 종류별로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내년 최저임금이 역대 최고로 인상된 가운데 ‘최저임금 결정 방법’에 대한 논란이 대두되고 있다.
그간 전국 모든 업종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던 데서 벗어나 업종·지역별로 차등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산업과 지역에 따라 사정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이웃나라인 일본의 최저임금 제도를 참고해 우리 사정에 맞는 ‘한국형 최저임금제도’를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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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나라인 일본의 최저임금제도를 참고해 우리 사정에 맞는 한국형 최저임금제도를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 다. 사진은 일본 편의점 모습.

▶일본 최저임금제도 어떻길래

▷지방자치 전통 따라 등급별 가이드라인 제시

일본은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먼저 차등화했다. 1950년대까지 일본은 동일 업종 기업 모임인 협회 중심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이후 1971년 노사 위원이 참여하는 현행 심의회 방식으로 최저임금법이 개정됐다. 지역별 차등화가 시작된 건 1978년부터다. 전국 47개 도도부현을 경제 수준에 따라 4등급(A~D)으로 나누고 중앙최저임금심의회가 각 등급에 맞는 최저임금을 제시했다. 단, 이는 가이드라인 역할만 할 뿐 최종 결정은 각 도도부현에 설치된 지역별 최저임금심의회가 내린다. 이는 500년 넘는 일본의 지방자치 전통에 따른 것이다. 일본은 전국시대부터 쌀 생산량에 따라 각 지역(번)에 등급을 매겼다. 지역은 번주(다이묘)의 재량에 따라 화폐도 따로 만들어 쓸 만큼 자치권이 인정됐다. 때문에 현대에 들어서도 각 도도부현은 중앙에서 지역에 대한 등급을 나누는 데 대한 저항감은 없었다. 현재 일본은 지역·업종에 따른 최저임금 종류만 240가지에 달한다.

일본 방식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지방자치 전통을 살리고 지역·업종별 상황에 맞게 최저임금을 정하는 건 의미가 있지만 부작용도 적잖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도농 양극화가 심해졌다. 일본에서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지역은 도쿄, 가장 낮은 건 오키나와다. 일본 중앙최저임금심의회는 생활물가 등 경제 수준을 감안해 오키나와보다 도쿄에 적게는 2엔에서 많게는 20엔까지 최저임금을 더 올리도록 권고했다. 최저임금이 가장 낮은 D등급 도도부현들은 당연히 반발했다. 2010년과 2012년, 2013년에는 D등급에 속한 16개 도도부현 모두가 권고치보다 최대 4엔까지 추가 인상했다. 반면, 도쿄는 2009년 이후 8년 연속 권고치를 그대로 수용했다. 그런데도 양극화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도쿄와 오키나와의 최저임금 격차는 2002년 104엔에서 올해 221엔으로, 15년 만에 2배 이상 벌어졌다.

도농 간 임금 격차는 지방 청년들의 ‘이촌향도’를 더욱 부추겼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같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도 도쿄와 오키나와의 시급이 221엔(약 2300원)까지 벌어지는 탓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안 그래도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각한데, 최저임금을 지역별로 차등화하면 지방에서의 청년층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야스나가 타카오 노동조합총연합회 노동조건·중소노동대책국 부사무국장도 “지방에서의 청년층 유출 원인을 최저임금에만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도농 간 최저임금 격차가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인 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업종별 차등화도 말처럼 쉽지 않았다. 일본에서 특정임금(업종별 최저임금의 일본식 명칭)을 높이려면 해당 업종 종사자의 3분의 1 이상이 합의한 노동협약서(단체협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해당 업종의 대기업 여러 곳이 동시에 동의해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구조다. 때문에 최저임금은 매년 인상돼도 특정임금은 동결되거나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적게 오르는 경우가 많다.

최저임금이 경제와는 무관한 이유로 오르는 경우도 있다. 야스나가 타카오 부사무국장은 “돗토리현, 미야자키현, 오키나와현은 ‘최저임금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지역’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 니가타현은 인접한 도야마현, 이시카와현과의 ‘라이벌 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 최저임금을 더 올렸다. 특히 니가타현은 도쿄로 연결되는 신칸센이 인접한 현보다 먼저 개통됐는데, 다른 현들도 올해 신칸센이 개통되면서 지역 우위가 사라지자 이를 최저임금 추가 인상으로 만회하려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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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맞는 최저임금제도는

▷지역·업종·연령별 차등 효과 실증 필요

일본 사례에서 보듯, 최저임금 차등화는 그 나름의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현행 단일화 방식도 지역·업종 간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므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김강식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2018년 최저임금 7530원은 전년 대비 16.4% 대폭 인상된 것으로 대다수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에게 매우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이제 30년 전 당시의 시대 상황에 따라 제정된 최저임금제도를 현 여건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차등화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 캐나다, 호주, 중국 등은 일본처럼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를 시행 중이다. 독일·일본·호주·네덜란드·캐나다 등은 업종별(산업별) 차등화, 영국·프랑스·독일·호주·네덜란드 등은 연령별 차등화도 시행한다. 15~22세 청소년에 한해 최저임금 대비 일정 수준 감액 또는 예외 규정을 두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도 경비원 등 ‘감시·단속적 근로자’는 최저임금 예외 조항을 적용해 업종별 차등화를 부분적으로 시행 중이다. 그러나 지난 9월 19일 정부가 예외 조항을 삭제한 ‘최저임금법 일부개정안’을 공포함으로써 내년부터는 지역·업종·연령별 차등화는 모두 없어진다.

우리나라에 맞는 최저임금제도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한 가지 공통된 의견은 있다. 그동안 최저임금 차등화의 필요성과 효과 분석에 대한 연구 자체가 없었으니 공론화 과정을 거쳐 체계적인 논의를 할 필요성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업종별 차등화는 반대한다. 최저임금 입법 취지는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것인데, 업종별 차등화를 하면 지금도 저임금인 숙박·소매·외식업 종사자들의 임금이 가장 먼저 깎이게 된다. 다만, 지역별 차등화는 논의할 만하다. 수도권과 지방의 주거비나 임차료 등 실질 생활비가 수 배나 벌어지므로 이런 차이는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지역별 차등화를 적용한 나라들이 대체로 봉건제 전통이 있거나 연방제 국가인 점, 또 청년층 유출 등 부작용이 적잖은 점을 감안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겠지만 논의해볼 만한 주제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조준모 교수도 비슷한 의견이다. 조 교수는 “업종별 차등화는 업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행정적 어려움이 따른다.
지역별 차등화는 지역물가 차이를 감안하면 필요해 보이나 지역감정 등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연령별 차등화는 집행 가능성도 있고 정치적 이슈도 비교적 적다. 단, 젊었을 때 저임금 업종에서 일을 시작한 청년이 나이가 들고도 계속 그 업종을 벗어나지 못하는 ‘덫(trap)’에 걸릴 우려가 있다. 이처럼 사안별로 장단점이 있으니 세 가지 중 어느 게 더 노동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법인지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쿄(일본) =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28호 (2017.10.11~10.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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