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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의 늪…편의점선 `알바` 대신 `가족`
정부 "인상 꼭 필요" 압박…시장 "현장상황 전혀 몰라"
벌써부터 각종 부작용 심각…식당은 휴식시간 없애기도
제품가격도 `도미노 인상`…靑 게시판에 불만 폭주
기사입력 2018.01.09 17:45:17 | 최종수정 2018.01.09 21: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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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상행정에 시장만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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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을 올리자 상여금을 없애고 휴일근무를 대체휴무시키는 등 월급은 도로 줄고 물가만 오르는 상황이 됐다."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회사는 당연히 인건비를 줄이려고 할 텐데 (정부가) 아무런 대책 없이 올려 일자리를 잃게 되는 사람까지 생겼다."

올해 들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된 근로자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으로 인한 일자리 불안과 실질적인 소득 감소를 우려하는 글들이 대부분이다.
문재인정부는 근로자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첫 단추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추진했지만 역설적으로 수혜자인 근로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재고해 달라"고 나선 것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전년 대비 큰 폭(16.4%)으로 뛰어오른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정부는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최저임금 인상의 조기 정착을 밀어붙이겠다는 방침이지만 시장의 혼란은 계속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정부보다 `한 수` 위인 시장에서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방안들이 쏟아지면서 근로자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 이기는 정부는 없다`는 명제가 다시 한번 증명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이틀 연속 최저임금 문제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천명했다.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을 역설한 데 이어 9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나섰다. 이 총리는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근로자의 저임금과 과로를 이대로 둘 수 없다는 것, 소득의 가파른 양극화를 더는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정부부처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당장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직접 명동을 찾아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을 준수해 달라고 당부하고 사업주 부담을 덜 수 있는 일자리 안정자금도 적극 활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고용노동부는 또 오는 29일부터 약 두 달간 편의점, 경비업 등 취약 업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점검할 계획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틈탄 가격 인상을 막으려는 정부의 노력도 지속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우선 기획재정부가 소비자단체와 함께 최저임금에 편승한 가격 인상을 방지하기 위한 가격 감시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외식업체 등이 연이어 가격 인상에 나서면 공정위가 담합행위 조사 등으로 강력한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 시절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정위가 단무지, 고추장 등 식품 가격 담합을 조사한 것처럼 최저임금 논란을 정면 돌파하려는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공정위가 칼을 빼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부가 이처럼 모든 수단을 동원해 최저임금 인상을 조속히 시장에 정착시키고 그로 인한 후폭풍을 최소화하려고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으로 인해 사업주는 물론 근로자들까지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연장선에서 시장에서는 정부 정책을 비웃는 듯한 각종 대응책이 난무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사업주가 고용하는 근로자 수를 줄이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씨는 올해 들어 아르바이트 직원을 2명에서 1명으로 줄이고 집에서 가사를 돌보던 아내를 동원했다. 인건비 부담만 50만원 넘게 오를 판이라 직원을 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부 아파트들이 경비원 수를 축소하려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근무시간을 축소해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 하는 사례도 많다. 식당을 운영하는 천 모 대표는 "점심시간이 끝난 오후 3시부터 저녁식사 시간 전인 오후 5시까지는 사실상 휴식시간인 만큼 이를 근무시간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건비 부담을 제품 가격 인상으로 모두 전가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정부가 가격 인상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는 방침에도 불구하고 외식업체나 식품업체들이 새해부터 잇달아 가격 인상에 나서는 이유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에 정규직화까지 한꺼번에 강요하면서 기업들에는 출구를 만들어주지 않고 있다"며 "가격까지 못 올리게 하면 어떻게 버틸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또한 사업주가 직원 동의 없이 상여금이나 식사비 등 각종 수당을 줄이거나 1년에 두 번 주던 상여금 지급 주기를 변경해 매월 주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인상분을 메우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정부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한 3조원 규모 일자리안정자금 대책이 급하게 마련되면서 시장의 혼란을 초래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해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이 포함된 월평균 보수 190만원(과세 대상 기준) 미만을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대상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날 일자리안정자금 홈페이지를 통해 일부 생산직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제외하고 월보수가 190만원 미만이면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대상에 새롭게 포함한다고 밝혔다.

[손일선 기자 / 윤원섭 기자 / 백상경 기자 /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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