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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IC] 도 넘은 근접 출점에 몸살 앓는 편의점 업계-5m 간격 출점 횡행…정부·업계는 뒷짐만
기사입력 2018.06.04 14:22:28 | 최종수정 2018.06.04 14:2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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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시장이 상도에 어긋나는 지나친 근접 출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거리 모퉁이마다 들어선 것도 모자라 기존 편의점 바로 옆에 여는 ‘코붙임 출점’도 비일비재하다. 시장 포화도가 심각하지만 출점 제재는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정부 당국은 사실상 뒷짐만 지고 있다. 근접 출점을 제한하는 정책 마련과 함께 업계의 자정 노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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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시장이 상도에 어긋나는 지나친 근접 출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불과 5m 정도 간격으로 근접 출점한 서울 시내 편의점들.



▶제 살 깎아 먹기식 과잉 출점 위험 수위

▷‘근접 출점 자제’ 신사협정, 공정위가 되레 막아

우리나라의 편의점 포화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인구 대비 편의점 포화도를 나타내는 ‘편의점당 배후인구(인구/편의점 수)’는 한국이 1300명 이하로, 일본과 대만(약 2200명), 중국(약 3500명)보다 훨씬 적다. 더 문제인 것은 편의점 증가 속도다. 지난 3월 말 기준 편의점 5사(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이마트24)의 편의점 수는 총 4만192개. 2016년 1분기 3만개를 돌파한 지 정확히 2년 만에 1만개가 더 늘었다. 1년에 5000개, 하루 14개씩 전국에서 편의점이 ‘순증’한 셈이다. 같은 기간 일본은 1년에 2000개, 대만은 100개씩 순증하는 데 그쳤다. 인구 차이를 감안해도 한국 편의점 출점 속도가 매우 빠름을 알 수 있다.

상황이 이렇자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상도를 무시하는 지나친 근접 출점이 대표적이다. 일례로 지난해 8월에는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에 위치한 건물 1층에서 GS25가 수년째 운영해왔지만 바로 아래층에 세븐일레븐이 입점해 ‘한 지붕 두 편의점’ 논란을 일으켰다. 세븐일레븐은 결국 해당 매장을 위약금 없이 폐점시켰다. 최근에는 주상복합아파트 용산푸르지오써밋 지상 1층에 이어 지하 1층에 경쟁 편의점이 입점하면서 지상 1층 편의점 점주가 현수막을 내걸고 근접 출점을 성토하고 나섰다. 이 밖에도 불과 가게 하나, 또는 인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5~10m 남짓 떨어진 곳에 경쟁 편의점을 내는 경우도 업계에서는 흔하다.

문제는 이런 편의점 근접 출점 논란에 점주들만 있을 뿐, 본사는 쏙 빠져 있다는 것. 앞의 사례들도 기존 점주가 가게 앞에 현수막을 내걸고 생존권을 부르짖어 사회적 이슈가 됐을 뿐, 기존 편의점 본사 차원에서는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경쟁점이 바로 옆에 들어오면 자사 편의점 매출이 급감해 본사도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왜 그럴까. 근접 출점에 있어서는 ‘모두가 공범’이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거기서는 우리가 근접 출점 피해자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적잖다. 서로 떳떳하지 못하니 아무도 나서서 경쟁사를 비방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프랜차이즈는 점주의 영업권 보호를 위해 일정 거리 내 근접 출점을 막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이는 동일 브랜드 가맹점 간에만 적용될 뿐, 경쟁사 점포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바로 옆이나 위층, 아래층에 코붙임 출점을 해도 법적으로는 제재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편의점 업계도 한때는 제 살 깎아 먹기식 근접 출점을 막기 위한 ‘신사협정’을 맺은 적이 있었다. 1994년 한국편의점산업협회 회원사들이 “기존점과 80m 이내에는 신규 출점하지 않는다”는 자율협약을 맺었다. 당시는 국내 편의점이 처음 등장한 지 5년밖에 안 돼 전국 매장 수도 1500여개에 불과할 때여서 80m 밖에도 출점 여지가 충분했다. 그러나 2000년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경쟁사 간 담합’이라고 판단, 협약은 지속되지 않았다. 이 같은 공정위의 제재(?)로 편의점 5사는 마음 놓고 근접 출점을 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게 된 것이다.

▶편의점 특성 감안해 근접 출점 제한 필요

▷업계 자정 시급…日은 훼미리마트 대표가 ‘포화 선언’

해법은 없을까.

정부와 업계에서는 편의점 근접 출점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법적 규제 마련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자유경쟁을 장려하는 시장 원칙에 어긋난다는 기존 공정위의 판단을 근거로 든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쟁 브랜드 간 거리 제한을 두면 경쟁을 저해해 담합이 될 수 있다. 또 근접 출점이 일어나는 것은 편의점뿐 아니라 커피전문점이나 외식업 전반에서 흔한 일이어서 형평성 문제도 대두될 수 있다”며 “근접 출점의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고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달리 조치를 취하기 힘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편의점은 점포 간 차별화가 힘든 업종이라는 점에서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창업컨설팅학과장(FC창업코리아 대표)은 “식당이나 커피전문점은 가게마다 맛과 인테리어, 서비스 등이 제각각이어서 근접 출점을 해도 점주의 실력으로 차별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편의점은 담배, 음료, 식품 등의 공산품이 대부분 똑같아 브랜드 간 차별화가 거의 안 된다. 사실상 모든 브랜드가 동일 브랜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편의점 업계와 예비 자영업자들이 무분별한 출점을 지양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진다. 일본과 대만은 편의점당 배후인구가 2200~2300명대에 접어들자 시장이 과열됐다고 판단, 업계에서 먼저 자정의 목소리를 냈다.

사와다 다카시 훼미리마트 대표는 지난해 11월 닛케이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치열한 출점은 하지 않으려 한다. (일본) 편의점 업계는 확실히 포화돼 연간 1000~2000점을 출점하는 시대가 아니다. 앞으로는 (정말 괜찮은 입지만 골라서 하는) ‘품질 출점’만 할 계획이다. 전략적으로 (경쟁사인) 세븐일레븐과 로손의 아성을 공격해야 할 때는 직영점으로 출점할 것”이라며 “현재 훼미리마트는 스크랩앤드빌드(실적이 좋은 점포는 확대하고 안 좋은 곳은 폐점) 전략을 시행하고 있어 점포가 일단은 줄고 있다. 더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고 좋은 입지가 있으면 앞으로도 출점은 할 것이다. 다만 종래와 같이 ‘어쨌든(とにかく) 출점하라’는 생각은 바꿨다. 점포개발팀에도 잔소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도 2014년에 전국 편의점 수가 1만개를 돌파하자 사회적으로 경고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업계 1·2위를 빗대 “세 걸음마다 세븐일레븐, 다섯 걸음마다 훼미리마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상황이 이렇자 대만 편의점 업계는 출점 속도를 늦춰 연간 점포 증가율을 기존 3~4%에서 1%로 확 낮췄다.


반면 한국은 편의점이 4만개를 넘어선 현재도 5사 중 어느 곳도 대표가 나서서 출점 자제를 선언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1인 가구 증가 등을 내세워 여전히 편의점 시장이 유망하다며 창업을 종용하고 있다. 하명진 법률사무소 긍정 대표변호사는 “편의점 5사 간 출점 경쟁이 도를 넘어선 상황이다.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제한하는 게 ‘담합’인데 이 경우는 너무 과도한 경쟁에 내몰린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담합의 의미도 좀 더 유연하게 봐야 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61호 (2018.05.31~06.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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