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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빨래방 가니? 난 멀티숍 간다" 세탁창업 새 트렌드
기사입력 2018.07.06 1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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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워시엔조이

[창업직썰 - 어디서도 듣지 못하는 자영업 이야기-4]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가사(家事)의 외주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사의 외주화? 생소한 표현일 수 있겠네요. 쉽게 말해 집안일을 직접하지 않고 외부 업체에 돈을 주고 맡기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요리, 청소, 육아, 빨래…참 끝도 없는 게 집안일이죠. 어떤 식으로 외주화되고 있는지 하나씩 살펴볼까요. 요리는 가정간편식(HMR)으로 대체되는 분위기입니다. 요새는 요리하는 재미도 살린 `밀키트`도 인기죠. 청소도 O2O 대행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고 육아는 어린이집과 베이비시터를 활용한 지 오래됐습니다.
빨래 역시 세탁소를 많이 이용하죠.

몸은 지치고 마음은 바쁘니. 어쩔 수 없이 집안일을 맡기긴 하지만 꺼림칙한 면도 없지 않습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식사는 역시 집밥이 최고. 아이도 남에게 맡겨놓으면 불안불안한 게 사실이죠. 청소도 마찬가지. 남이 내 집에 들어온다는 게 괜시리 불편하고 물건 하나 없어지기라도 하면 의심부터 생기지요. (물론 며칠 뒤에 `어랏`하고 발견되곤 합니다만) 여러모로 가사 외주화가 꼭 바람직한 방향인지는 의문입니다. 편리하긴 하지만 비용도 만만찮고, 식구들이 식사나 일을 함께하면서 정서를 순화하는 가정 고유 기능이 약해지는 부작용도 있죠.

하지만 빨래는 다릅니다. 부작용이 확실히 덜합니다. 빨래야 내가 하든 남이 해주든 깨끗하기만 하면 되니 마음 찜찜할 일도 없고요. 아니, 오히려 세탁소 빨래가 더 깔끔하게 느껴질 때도 많습니다. 여러 집안일 중에서 앞으로도 빨래 외주화가 더욱 활발히 일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더욱이 요즘은 기후변화로 세탁소 이용이 더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가령 지난겨울에는 역대급 한파로 세탁기 동파 사고가 잇따르면서 코인빨래방 문앞에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는 일도 비일비재했고요.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봄에는 베란다에 빨래를 널어놓는 게 찜찜한 탓에 건조기가 있는 코인빨래방을 많이 찾게 됩니다.

세탁소 사업은 시대가 변하면서 그 모습을 계속 바꾸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세탁소 주인이 직접 매장에서 세탁하고 다림질까지 하는 독립 창업 모델이 대부분이었죠. 그러다 2000년대 들어 독립 세탁소 대신 프랜차이즈 형태 `세탁편의점`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장에선 옷을 보관만 하고 실제 빨래는 본사에서 해서 갖다주는 방식이죠. 좀 더 시간이 흘러 `코인빨래방`이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동전만 있으면 누구나 간편하게 빨래를 할 수 있게 됐죠.

최근에 또 한 번 세탁소 패러다임이 바뀌는 모습입니다. 세탁편의점과 코인빨래방을 병행하는 `멀티숍` 모델이 각광받고 있는데요. 세탁 프랜차이즈업계 1위인 크린토피아에 따르면 최근 자사 멀티숍이 600호점을 돌파했습니다. 올해 출점 목표 점포 수가 270개인데 그중 멀티숍이 170개로 60% 이상을 차지합니다. 나머지는 기존 세탁편의점과 무인빨래방이고요. 예전에는 따로 출점하던 세탁편의점과 코인빨래방을 요새는 하나의 매장으로 출점한다는 얘기입니다. 일종의 복합매장 개념이죠.

멀티숍은 요즘 세탁소 창업 대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밌는 건 이런 멀티숍 모델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 중국, 일본, 홍콩 어디를 가봐도 그냥 독립 세탁소 아니면 코인빨래방 위주이지 우리나라처럼 멀티숍 모델이 급증하고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배경에는 한국 시장만의 특수성이 숨어 있습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비싼 임대료 탓에 주차공간이 부족합니다. 일반 세탁소나 세탁편의점은 세탁물 하나당 요금을 받지만 무인빨래방은 세탁기와 건조기를 돌리는 횟수에 따라 요금을 매깁니다. 빨래를 최대한 모아놨다가 한 번에 왕창 돌리는 게 더 이익이죠. 그래서 미국인들은 마치 대형마트 가듯 세탁물을 차에 대량으로 싣고 가서 한 번에 빨래를 한다고 합니다. 미국은 워낙 땅이 넓고 창업할 만한 용지가 충분해서 세탁기가 50여 개 들어가는 대형 무인 빨래방도 있고 그 옆에 주차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주차장 용지 확보가 힘들죠.

둘째는 한국인의 급한 성격 탓입니다. 보통 코인빨래방에서 세탁과 건조를 마치려면 최소 1시간 이상 걸립니다. 세탁기를 돌려놓고 장을 보러간다든지 다른 일을 하려고 해도 중간에 건조기에 다시 넣어줘야 하기 때문에 좀 애매하죠. 그렇다고 매장에서 1시간 동안 넋놓고 기다리자니 지루하고요. 지루한 건 외국인도 마찬가지여서 해외엔 코인빨래방 한쪽에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곳도 많습니다. 우리나라도 요즘 코인빨래방과 커피전문점을 결합한 매장이 생겨나고는 있는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커피전문점 시장도 포화상태입니다. 조금만 걸어나가도 커피전문점이 줄지어 늘어서 있죠. 굳이 코인빨래방에서 커피를 마실 필요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멀티숍은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빨래대행 서비스를 운영합니다.
멀티숍 내 무인락카에 고객이 빨래를 맡겨놓고 가면 점주가 대신 세탁기와 건조기를 돌려주고 예쁘게 개서 포장까지 해주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죠. 서비스가 활성화된 매장은 멀티숍 이용 고객의 30~40%가 대행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하네요.

하지만 멀티숍 창업 시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기존 빨래방보다 공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창업비용도 더 비싸지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기존 세탁편의점은 8평 정도 매장에 3000만원 안팎의 소자본 창업이 가능했지만 멀티숍은 서울 기준 최소 1억~1억5000만원 정도 필요합니다. 세탁기·건조기 장비를 모두 구입해하는 데서 오는 부담도 있죠. 물론 그만큼 매출도 올라갈 테기는 하지만요. 창업비용 대비 투자수익률이 어떤지, 세탁 장비는 애프터서비스(AS)가 잘되는지 창업하기 전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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