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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상권 강남·판교서도 "권리금 포기하고 가게 접겠다"
외식업 위기 현장 가보니

서초구서 35년 운영한 고깃집
"올해는 월급 줄 수가 없어요"
직원 절반 줄이고 가족 총동원

직장인 회식 않고 집으로 `쌩`
올 근로시간 단축후 매출 급감
갈수록 영세화·1인 자영업화
기사입력 2018.12.04 17:47:20 | 최종수정 2018.12.05 10: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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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마저 외식업 축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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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한식뷔페
인건비 상승과 주 52시간 근무 영향 등으로 외식업계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기업들도 한식뷔페를 필두로 외식업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4일 서울 광화문의 한 한식뷔페 매장이 점심시간인데도 한산한 모습이다. [이충우 기자]

본격적인 외식업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외식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영업 구조조정도 가시화되고 있다.

외식업은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 소매경기 악화라는 3중고에 시달리며 `폐업`을 고려하는 사업주들이 늘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서 좌석 200석 규모의 대형 고깃집을 운영 중인 A씨도 내년 폐업을 고려 중이다. 그는 35년째 고깃집을 운영한 베테랑이지만 "올해는 유독 힘들다"고 말했다. 주 고객이던 대기업 직장인들이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주 52시간 근무로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면서 월 1억원이 넘던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
그는 "최저임금과 건물 임차료는 올라 월 7000만원이 고정비용으로 든다"면서 "매달 1000만원씩 적자가 나는데 어떻게 버티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직장생활 하는 아이들이 주말에 나와 일을 돕고 있지만 내년에 인건비가 또 오르면 더 이상은 힘들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올해 직원을 18명에서 9명으로 줄였다.

그는 "지금 식당은 문 닫고 나와 집사람과 둘만 운영할 수 있는 식당으로 바꾸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35년간 식당을 하면서 사업도 커지고 아이들도 다 키웠는데 이제는 정말 안 되겠다"고 토로했다.

인천 송도에서 곱창집을 운영하는 B씨도 "오피스 상권은 전부 법인카드 쓰는 직장인들 대상으로 저녁장사를 하는 곳인데 요즘은 저녁에도 썰렁한 곳이 많다"면서 "앞으로 직장인 회식이 더 줄어들 텐데 걱정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임금 문제 등으로 직원들과의 분쟁이 늘면서 주방에서 일하는 한국인 `이모`들 대신 외국 국적의 직원을 고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김밥집은 베트남 직원만 4명이 일한다. 50㎡(15평) 남짓한 작은 식당에 베트남 직원들이 김밥도 만들고 서빙과 계산도 한다. 이 식당의 업주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거부했다. 다른 외식업주들은 한국인 `이모` 자리를 중국 조선족 동포들이 많이 차지했고 최근에는 동남아 직원들이 대신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맛집`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고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청년 상인`들의 등장도 자영업 구조조정을 앞당기고 있다. 기업에서 구조조정을 당했거나 은퇴 후 자영업 창업에 뛰어든 50·60대들이 자영업 구조조정의 물결에 또 한 차례 휩쓸리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자영업자들이 직원 없는 영세자영업자로 변하는 추세도 뚜렷해지고 있다.

성남시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점을 운영한다는 한 업주는 "최저임금이 너무 급하게 오르고 있다. 내년엔 주휴수당을 포함해 시간당 1만원을 줘야 한다. 내년이 정말 고비"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도 이미 아르바이트 직원 3명을 줄이고 내가 더 일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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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 없는 1인 자영업자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에서 칼국숫집을 운영하는 최호 씨는 "주 52시간 시대 주 100시간 노동자로 살고 있다"면서 "그게 자영업자의 현주소"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 14시간씩, 주 7일을 매일 일해야 치솟은 인건비, 임차료와 음식재료값 제하고 겨우 업주가 얼마라도 집에 돈을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을과 을`의 갈등을 조장한다는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영세자영업자도 `을`인데 주휴수당 등 지나치게 복잡한 임금체계로 직원들과 분쟁을 겪고 나면 고용에 대한 두려움만 커진다는 것이다.

이근재 한국외식업중앙회 종로구지회장은 "지금은 자영업 전반에 구름이 끼어있는데 정부는 햇빛이 쨍쨍하고 좋은 시절의 얘기만 하고 있으니 현실과 맞지가 않는다"면서 "일자리 예산에 50조원을 쓴다는데 사업하는 사람들 다 망하고 기업이 쪼그라들면 세금은 누가 내냐"고 비판했다.

최저임금의 지역별 차등 적용도 외식업자들이 원하는 것이다. 경기도에서 닭발집을 운영하는 D씨는 "식당을 운영하는 지역은 경기도 외곽이라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일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면서 "돈을 조금 덜 받아도 뽑아만 달라는 사람도 있지만 최저임금이 너무 높아 직원을 더 많이 고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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