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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진훈 칼럼] 소도시 편의점주의 하소연
기사입력 2018.07.31 11: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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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한 지방 소도시에서 3년째 편의점을 운영 중인 김 모(55) 씨. 내년 법정 최저임금이 시간당 8350만원으로 10.9% 인상된다는 소식에 요즘 밤잠을 설친다. 월 순수익이 현재 200만원에서 135만원으로 3분의 1은 날아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연간 1600만원 정도는 남는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창업 때 넣은 종잣돈만 5500만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건물 임차보증금 3000만원에다 점포 권리금 1000만원, 점주들끼리 음성적으로 주고받는 담배판매권 1500만원까지 들어갔다. 건물 보증금은 몰라도 편의점이 영영 없어지면 권리금 등 2500만원을 되찾는다는 보장도 없다. 결론적으로 연간 2200만원 선인 본인 인건비 빼고는 남는 게 거의 없다.

‘명색이 점주인데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표정을 짓자 김 씨가 직접 매출장부를 보여줬다. 실 영업면적이 35평인 이 편의점은 꽤 넓고, 주변에 경쟁점도 드물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한다. 월평균 매출이 5000만원으로 같은 브랜드 편의점 중에선 중상위권에 속한다. 물품원가 3500만원을 뺀 1500만원이 매출이익이다. 이 가운데 30%인 450만원을 본사가 가맹비 명목으로 떼간다. 김 씨와 처제 그리고 알바생 한 명이 8시간씩 돌아가며 매일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다. 인건비는 1인당 189만원씩 매달 567만원이 나간다. 법정 최저임금 기준으로 책정한 월급이다. 여기에 국민연금 등 4대 보험료 8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정부가 종업원 1인당 일자리안정기금 13만원씩을 지원해줘 그나마 종업원 두 명분 보험료는 이걸로 메운다. 여기에다 건물 월세 200만원과 기타 잡비를 빼고 나면 순수하게 매월 200만원 남짓 남는다는 계산이 맞았다.

하지만 내년 최저임금이 10.9% 오르면 당장 인건비만 매월 65만원 가까이 늘어난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노동계는 ‘5인 미만 영세사업장도 밤 10시 이후 일하는 근로자에게 야간할증수당 50%를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정부터 아침 8시까지 근무하는 알바생 임금은 1.7배(최저임금 인상분 포함) 수준까지 대폭 인상해야 할지 모른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김 씨도 눈물을 머금고 야간영업을 포기할 생각이다. 24시간 영업을 안 하면 감기약 진통제 같은 상비의약품은 판매할 수 없게 된다. 또 단골손님 중 일부도 잃게 돼 월 매출이 어림잡아 1000만원 정도는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월매출 4000만원 이하는 사실상 ‘무수익 점포’로 봐야 한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그동안 한 식구처럼 일해 온 삼수생 알바생 박 모(22) 씨도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몰라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집안사정이 어려워 2년 넘게 밤샘알바를 뛰며 대학 등록금을 준비해 왔는데 그마저 가물가물해졌다. 원래 점주 몫인 일자리안정기금 월 13만원을 열심히 일한다며 올해부터 보너스 조로 얹어줬는데 그런 인정도 언제까지 베풀 수 있을지 모른다. 알바생 박 씨마저 최저임금 인상이 ‘빛 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을까 속으론 걱정이 많다.

정부는 가맹점 지원금을 늘려주라고 갑(甲)인 편의점 본사를 연일 옥죄고 있지만 김 씨는 크게 기대를 안 한다. 지난해 본사가 전기세를 지원해 준다는 명목으로 본사 PB(자사브랜드) 상품들 가격만 잔뜩 올린 경험이 있어서다. 김 씨는 오히려 담배판매액을 매출에서 제외하는 식으로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낮춰주는 게 훨씬 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연매출 5억원 미만인 영세자영업은 카드 수수료율이 최고 2.3%에서 1.3%로 확 떨어지기 때문이다. 담뱃값에서 74%를 차지하는 세금을 편의점이 대신 걷어주는데 여기에다 카드 수수료까지 매기는 건 부당하다는 논리다. 꽤 일리가 있어 보인다. 또 반경 80~100m 이내에선 타사도 편의점 추가 출점을 못 하도록 정부나 관련협회가 강력한 지도에 나서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 많던 식당 이모들이 요즘 다 어디로 갔을까요. 아무리 법정 최고임금 올라봤자 일자리가 없어지면 누가 밥 먹여 주나요.” 이런 하소연을 쏟아내는 한국의 자영업자 김 씨는 ‘쁘띠 부르주아(미니 자본가) 적폐’일까. 아니면 ‘乙들의 전쟁’에 내몰린 애꿎은 희생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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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진훈 LUXMEN 편집인·편집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95호 (2018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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