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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정담] 藥의 협객, 약사의 횡포
기사입력 2018.07.31 17:42:51 | 최종수정 2018.07.31 18: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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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약의 신이 아니다(我不是藥神)`라는 영화가 최근 중국에서 화제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에 `약의 협객`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2002년 백혈병으로 진단받고 비싼 약값에 허덕이던 중 인도 복제약 가격이 2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항암제 복제약을 인도에서 대량으로 구입해 환자 수천 명에게 값싸게 공급하며 `약의 협객`으로 칭송받는다.
이런 사실이 널리 알려지자 그는 오히려 밀수와 불법약품 판매죄로 기소됐고 이에 분노한 수많은 환자와 가족들이 들고일어나 결국 그를 석방되도록 하는 내용이다.

`약의 협객` 이야기는 제도적 모순과 기득권에 이중삼중으로 발목 잡힌 중국 의약계의 암울한 현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의료개혁 촉매제가 됐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올해 4월과 6월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이런 모순을 해결하라고 연달아 지시했다. 그 후 수입 항암제에 관세가 철폐됐고 약값을 인하하기 위한 여러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제 한국을 보자. 며칠 전 약사 3000명이 "편의점 약품 판매에 반대한다"며 집회를 열었다. 정부는 2012년부터 감기약·소화제 등 13개 의약품을 편의점에서 팔 수 있도록 허용했다. 약국이 문닫은 시간에도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약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설사약·위장약 등을 추가하려 하자 약사들이 길거리로 나선 것이다.

몸이 아픈 환자일수록 병원·약국을 찾기가 힘들어진다. 전자통신기기를 이용해 원격으로 진료를 받고 약을 배달시킬 수 있으면 얼마나 편리하겠는가. 미국·일본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원격진료와 약 배달이 이뤄진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가짜 백신소동 탓에 의료후진국 취급을 받고 있지만 중국에서도 약품 배달이 가능하고 몇 년 전부터 원격의료도 허용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의사와 약사가 원격의료와 약품 배달을 막고 있다. 약사법 50조는 `약국개설자와 의약품 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 탓에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감기약·소화제조차도 집으로 배달시킬 수 없다. 한국에 `약의 협객`이 등장한다면 `약품 불법배송`이라는 죄목이 하나 더 추가될 판이니 참 답답하다.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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