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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 편의점이 더 이상 편리하지 않다면
기사입력 2018.10.18 00:04:01 | 최종수정 2018.10.18 10:3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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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연휴 늦은 밤 갑작스러운 배탈에 상비약을 구하러 헤맨 경험이 있다. 그 시각 문 연 약국은 당연히 없어 편의점을 들렀지만 내가 찾던 약은 없었다. 그나마 문을 열어 대체약이라도 살 수 있기에 작은 위안이 됐다.

최저임금이 유례없이 급등한 후 가장 주목받는 업태가 편의점이다.
대학 휴학생들이 주류를 이루던 편의점 알바생들이 정리되고 일부 편의점 가맹주들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24시간 영업을 못 하겠다며 추석 자율 휴무를 주장하고 나섰다.

한때 편의점을 운영하면 그나마 안정적인 자영업자 `사장님`으로 인식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근거리에 또 다른 편의점이 생기고 인건비 부담에 알바생을 줄이며 직접 나설 상황이 되자 사장님들은 프랜차이즈 가맹 계약 주체로서가 아니라 노동자로서 정체성을 바꿨다.

지난주 국정감사장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국내 편의점 대표 앞에서 일본 편의점 자료를 들어 편의점 가맹본사가 최저수익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언급한 일본 최저수익보장제는 가맹점주의 매출 총이익에서 배분율이 57%인데 이 금액이 약 183만엔(최저수익)에 못 미치면 그 차액을 가맹본부가 보전해주는 제도다.

다만 여기에서 임차료, 전기료, 운영비, 인건비를 제외한 나머지가 점주 몫이다. 일본 편의점 매장은 우리나라의 곱절 크기이고 종업원 수도 훨씬 많음을 고려하면 점주 몫은 그리 크진 않을 것 같다. 일본은 가맹점주의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구조라 가맹점주 지원을 위해 만든 제도인 데다가 수익이 다시 늘면 회사가 돌려받는 일종의 대여금 성격이다.

반면 이와 달리 우리나라 일부 편의점 가맹주들은 점주 근무시간과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을 모두 제외하고 점주에게 일정 금액을 보장하라 주장한다.

편의점 가맹본부들은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에 대비해 전기료 보전 등 각종 상생지원금을 마련했으나 이후 실제 편의점 경영과 경기 둔화로 일부 가맹주들이 들고일어나면서 정부 여러 기관들로부터 추가 상생안을 압박받고 있다.

일본과 한국은 제도상 차이가 또 있다. 우리나라 가맹사업법 제13조에 따르면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의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가 없다. 반면 일본에서는 본사가 계약 해지를 요구할 권한이 분명 보장됐다. 이같이 다른 토양에서 우리나라 편의점주들에게 최저수익을 보장해주는 것은 자칫 모럴 해저드 논란만 일으킨다. 가맹본사가 신제품 개발 등 연구개발에 매진할 경쟁력을 꺾고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질 공산도 크다.


대기업표 간판만 달면 상생 대상으로 규정하기 급급한 요즘 세태에 이렇게 따져보는 것에 귀 기울일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다. 상장기업들이 상식적으로 운영될 기반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상을 앞세운 정부의 무책임한 노동 정책 탓에 소비자들 편익과 편의점의 기본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1인 가구와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편의점은 안전상비의약품을 제공하고 취약시간에 대응하며 생활 거점이라는 공공적 기능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이한나 유통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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